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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춤, 흐르는 물결, 일렁이는 마음, 꿈꾸는 표류》

(Dance, Flowing Waves, Drifting Hearts, and Dreaming Journeys)

기간 : 2024.07.26 (금) ~ 2024.10.06 (일)

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장소 : 제 2, 3, 4 전시실

가격 : 무료

주최 : 강릉시 / 주관: 강릉시립미술관

20인 이상 단체 관람 문의 : 033) 640-4271

춤Dance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라고 합니다. 이것은 ‘생명의 욕구’를 의미하며, 춤을 의미하는 중세 영어 Daunce의 어원 또한 ‘단손Danson’이라고 하여 생활의 경험, 환희, 활동과 같은 뜻을 내포합니다. 이렇듯 춤이라는 행위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소통 욕구와 표현, 움직임에 대한 열망과 소망을 담은 총체적인 활동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과 우리가 구분되는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저는 인간의 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숭고하고, 때로는 고요한 그 다채로운 몸짓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부정하는 일이며, 그렇게 불가능한 꿈을 추구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인간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만의 춤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과 같다고 느낍니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춤을 추며 살아갑니다. 저는 지금 예술가로서의 춤을 추며 살아가고 있지만, 춤이라는 게 그렇듯, 저 또한 제가 잘 출 수 있는 춤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거기에 능숙해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십대와 이십대의 시간을 보내는 내내 학교와 세상이 저에게 제시하는 ‘보편적인 춤’에 불편함을 느꼈고, 그때문에 늘 저 자신이 이 세상의 군무 속에서 좀처럼 제대로 춤을 추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 모든 일을 바로잡아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무척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종종 스텝이 꼬이고, 누군가의 발(혹은 자신의 발)을 밟기도 일쑤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춤의 메타포이자 제가 가장 잘 출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잘 추고 싶은 종류의 ‘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와 도도새와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도도새는 본래 날 수 있는 새였지만, 그들이 살던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여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새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날 수 없는 새가 되었고, 결국 그 때문에 멸종하게 된 비운의 종種입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저를 포함해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을 이 새에 투영하게 되었고, 나아가 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들 또한 도도새가 그랬던 것처럼,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우리들 자신만의 고유한 ‘춤’의 동작과 방식을 발견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도도새가 멸종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섬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도도새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한 뒤, 지금까지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가능성,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무릇 춤이라는 것은 음악과 분위기에 맞는 동작을 취해야 하고, 함께 춤을 추는 파트너의 발을 밟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커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 이 세상에서는, 어떤 종류의 춤을 추고, 무엇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그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주변의 분위기에 맞추는 일이 춤의 본질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예술가의 일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쉽게 지나치는 것에 다시 눈길을 주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 말입니다. ‘왜 춤을 그렇게 밖에 못 추는 거야?’라며 타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춤을 추는 거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요. 캔버스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새로운 비행을 꿈꾸는 도도새의 몸짓이 당신에게 이와 같은 질문과 영감을 선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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